띵동!
어젯밤에 누가 저희집 벨을 누르더라구요. 평소에 손님이 거의 오지않는 저희집. 그것도 통금이 가까워진 시간에!
"무슨 일이지?" 하고 후다닥 나가봤는데 글쎄 옆옆집 아저씨께서 마스크를 나누어 주시려고 집 앞에 서계셨습니다.
우앙...! 감사합니다!!!
누가 주는건지 여쭤봤더니 저희 동네만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나누어 주시는 거라고 해요. 생각해보니 지난주 정도부터 저희 대각선 골목길에 '다'라는 닉네임을 가진 태국분이 마당에서 열심히 재봉질 하는걸 여러번 봤는데 그분이 만들어주셨대요. 그래서 잠깐 산책하는 길에 들러 만들어주신 마스크 쓴채로 고맙다고 인사하고 왔습니다. ㅎㅎ
코로나 예방수칙을 인쇄한 안내지와 함께 동봉된 마스크입니다.
달둥이는 먹는건줄 알고 난리가 났습니다. 냄새를 맡게 해줬더니 먹을게 아님을 알고 바로 휭 가버렸어요. ㅋㅋㅋ
요렇게 천 2겹을 덧대어 만든 나름 입체형 천마스크입니다. 안에 필터를 붙여서 사용하면 아주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반 마스크보다 얼굴을 더 많이 가려줘서 신랑은 세수를 안하고 밖에 나가도 되겠다며. ㅋㅋㅋ 심지어 천에 프린트된 패턴도 맘에 듭니다. ㅎㅎㅎ
함께 넣어준 코로나 예방 생활 수칙.
손씻는 방법부터 생활 습관과 기침예절까지.
그리고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과 마스크 사용 및 관리 방법도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요.
만약 이런 증상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까지도 상세하게. 글자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도 잘 그려져 있어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눔을 받으니 왠지 모를 소속감도 느껴지고 진짜 이 마을 사람으로 인정받은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뭐 이런걸로 그렇게까지 감동 받고 거창하게 인정을 받았다고 표현하냐 하시겠지만 완전한 현지인 마을에서 어쩔 수 없는 외부인이라는 이름표는 저희 의지만으로 지울 수 있는게 아니었거든요. 물론 마을 분들 대부분 좋은 분들이고 저희에게 항상 웃어주시지만 official한 관계랄까요? 암튼 그런 느낌이 있답니다. ㅋㅋㅋ
그런데 어제 마스크를 나눠주시면서 그런 겉도는 기름이 융화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냥 마스크도 아니고 직접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핸드메이드 마스크라서 그런지 더 고마웠어요. 코로나가 뭐길래... 이 팍팍한 상황 속에서 그 덕분일지 모르지만 아주 오랜만에 사람에게서 훈훈함을 느끼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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