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오랜만입니다.
결혼기념일과 맞물려 카오락(Khao lak) 지역에 출장을 다녀왔거든요. 결혼 후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업무를 미리 처리해놓느라 블로그도 장기 휴가를 다녀왔네요. ㅎㅎ 카오락은 푸켓의 바로 윗쪽에 위치한 태국 지역으로 푸켓에서 차로 3시간이면 갈 수 있답니다. 그동안 달둥이 차멀미 때문에 1시간 이상되는 거리는 잘 다니지 않다가 큰 모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이 중간중간 쉬어 갔더니 큰 탈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었어요.
오늘은 카오락에 새로 찾은 맛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동안 카오락 지역에 출장은 많이 갔었지만 갈 때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음식'이었습니다. 딱히 맛집이라고 할만한 곳이 없었거든요. 카오락은 예전부터 유럽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진 휴양지라서 웨스턴 음식점이 태국 음식점보다 많습니다. 전 태국 음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점이 항상 아쉬웠어요. 그런데 이번에 가서 우연히 찾은 음식점은 그야말로 '유레카'였습니다.
알고보니 푸켓에서 저희랑 함께 일하는 태국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맛집이라 소문이 난 곳이었습니다.
상호명은 '임임(ยิ้มยิ้ม)', 카오락 다운타운을 지나면 '방삭'이라는 비치가 있는데 5~10여분 더 차로 올라가다 보면 대로변에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구글맵에 영문으로 yimyim restaurant을 검색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갑자기 쌩뚱맞지만... 달둥이와 접니다. ㅎㅎ
왜 결혼기념일은 항상 날씨가 이모냥인지 원...! 그래도 덕분에 시원하고 좋았네요.
카오락은 푸켓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청정 지역입니다. 2박 3일 일정이 너무나도 아쉬워서 앞으로 카오락에 일하러 갈 때마다 가족 모두 함께 가기로 했어요!
빗속을 뚫고 임임 레스토랑에 도착했습니다. 캄캄한 도로에 덩그러니 레스토랑 간판이 빛나고 있어서 찾기는 의외로 쉽습니다. 주차공간도 넓어서 차 10여대 정도는 충분히 주차할 수 있습니다.
입구에도 간판이 앤틱하게 붙어있네요.
내부는 이런 식이고 입구쪽에도 반 노천식으로 테이블이 2개 더 있습니다. 식당에 에어컨이 없고 조금 허름(?)해 보이지만 식당에 오는 현지인들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인듯 보였습니다.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눈에 띕니다. 비 내리는 처마에서 조개 껍데기로 엮은 모빌이 제법 운치있어서 찰칵.
그리고 귀여운 해바라기 등이 활짝.
저희는 달둥이 때문에 숙소로 음식을 포장해 가려고 포장 주문을 했는데요. 주문하고 난 뒤에 바깥을 보니 저렇게 소라껍데기가 엄청 쌓여있지 뭐에요. 메뉴에 소라찜이 있었는데 이곳의 인기메뉴 중 하나인가 봅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법 의젓하던 달둥이. 식당에서도 매너있게 잘 기다려줬어요.
위 사진은 이 식당에 처음 방문했던 날인데 너무 만족해서 두번째 방문한 날, 바로 저 자리에서 달둥이와 저, 그리고 신랑까지 개미밥이 될 뻔 했답니다. ㅎㅎㅎ분명 첫날엔 개미가 없었는데 아마도 누가 음식을 흘렸었나 봅니다.
카오락은 다 좋은데 가는 곳마다 개미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카오락으로 여행하시는 분들은 개미약을 가져가시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첫날 시킨 메뉴 중 대표적인 것들만 찍어봤어요.
엑스표 친 메뉴는 텃만꿍이라는 쉬림프 크로켓인데 생각보다 그냥 그래서 엑스로 그어놨습니다. ㅎㅎㅎ 바로 옆에 동그라미 쳐놓은 메뉴는 주인아저씨가 추천해준 메뉴라 한 번 먹어봤다가 감동받은 메뉴랍니다.
바로바로 "뿌님텃 끄라티얌"이라는 메뉴인데요. 우리나라 말로 치자면 '마늘 연게 튀김' 정도 되겠습니다. 껍데기가 흐물거릴 정도로 부드러운 게를 조각내어서 튀김옷을 입힌 후, 잘게 다진 마늘 옷을 한겹 더 입혀서 튀겨낸 음식인데 이게 아주 기가 막힙니다. 가격은 150밧. 이 가격에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메뉴입니다.
그다음, '꿍춤뺑텃'.
이 메뉴는 그 옛날 집에서 엄마가 해주셨던 새우튀김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폭신해보이는 튀김옷을 입은 새우가 의외로 바삭합니다. ㅎㅎ 게다가 튀김옷에 깨가 박혀있는데 별거 아닐줄 알았던 요녀석 덕분에 고소함이 배가 됩니다.
Fried squid with chili and basil leaf, fried라고 해서 튀긴 음식이 아닙니다. 볶음 요리에요.
'믁 팟끄라프라우'라는 이 메뉴도 주문했는데요. 예전에 태국어 음식 표현에서 알려드렸던 '팟카파오 무' 이 메뉴의 오징어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팟카파오'가 '팟끄라프라우'를 빨리 발음한 말이에요. ㅎㅎㅎ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얌'이 빠질 수 없죠!
얇은 글라스 누들에 매콤 새콤하게 무쳐낸 해산물과 허브의 조화가 묘하게 매력적이면서 이 한가지 메뉴로도 든든한 한끼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워낙 대식가라 이건 그냥 반찬 정도로 생각하지만 말이죠. ㅎㅎㅎ 개인적으로 저는 태국음식 잘하는 식당과 못하는 식당을 이 '얌' 메뉴로 판단합니다. 얌을 제대로 못하는 집들이 의외로 많은데 얌 잘하는 집에서는 다른 음식들도 거의 실패하지 않거든요.
첫날 주문한 메뉴들의 실제 서빙된 모습입니다. 밥도 2개 시켰는데 숙소에 와서 보니 빠져있지 뭡니까.
그래도 워낙 많이 시켜서 그냥 먹기로 했어요. 요렇게 시켰는데 720밧(한화 약 25,000원 정도).
전체 샷입니다. 2인분 치고는 조금 많아 보이지만 깔끔하게 다 먹었지요. ㅎㅎㅎ
요녀석이 바로 그 마성의 뿌님텃끄라티암입니다. 양도 꽤나 많죠!
둘째날은 저희 결혼기념일이었는데 ㅎㅎ 이날도 임임 레스토랑에서 포장을 해왔습니다.
어제와 완전히 다른 메뉴들이지만 전날 먹었던 부드러운 게튀김은 너무 맛있어서 또 사가지고 왔네요. 알아보기 쉽게 순서대로 설명드릴게요.
1. 첫번째 메뉴는 똠얌이랍니다. 똠얌도 빨간 똠얌이 있고 이런 허연 똠얌이 있어요. 기본적인 맛은 똑같지만 빨간 똠얌에 비해 깔끔한 칼칼함이 좋았습니다. 150밧
2. 두번째 메뉴는 뿌팟퐁커리가 아닌 꿍팟퐁커리 되겠습니다. 게튀김 대신 새우를 바로 커리 소스에 볶아낸 메뉴에요. 200밧
3. 어제 먹었던 부드러운 게살 튀김입니다. ㅎㅎ 오늘도 역시 굿초이스! 150밧
4. 이것도 얌인데 글라스 누들이 빠진 대신 흰생선살이 들어가 있습니다. 보통의 얌 메뉴에는 레몬글라스가 들어가서 향긋하지만 억센 레몬글라스를 길게 썰어넣기 때문에 먹지 않고 골라내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레몬글라스를 아주 얇게 채쳐서 넣어주니 따로 골라낼 필요 없이 그냥 곁들여 먹을 수 있어서 더 상큼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50밧
5. 왕새우 캐슈넛 튀김. ㅎㅎ 이건 호불호 없이 무난하게 좋아할 메뉴인데요. 따로 포장해준 소스가 가벼운 텍스쳐의 탕수육 소스같습니다. 250밧
이렇게 결혼기념일 당일도 한 상 딱 차려놓고 먹으니 여기가 천국 같았습니다. 기념일이라고 잭콕이랑 와인쿨러도 한 병씩 마셔봅니다. 나름 비싼 메뉴 좀 먹어보자 해서 주문했더니 본의 아니게 새우 파티가 되어버렸습니다. ㅎㅎ 여기에 밥 2개를 추가한 금액이 920밧(한화 약 31,000원 정도).
영문 메뉴판도 있고, 잘나가는 메뉴는 사진도 있으니 카오락에 여행하시면서 태국 음식이 먹고싶다면 찾아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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