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 마당은 돌조각(?)들로 샌딩된 작은 마당이에요.
살짝 경사가 있어서 비가 오면 집 밖으로 흐르게 되어 있는 마당 현관 문쪽은 물이 고이는 부분이라 그런지 물때가 자주 낍니다.
이 집에서 산지 5년, 시간이 지나니 웬만한 물청소나 빗자루질로는 때가 벗겨지지 않아서 납작하고 뻣뻣한 솔을 가지고 쭈그려 앉아 마당을 벗겨내기로 했습니다. 딱히 정한건 아니지만 마당 청소는 제가 하고 있더라구요.
물을 뿌리고 납작한 솔을 사용하니 생각보다 잘 벗겨져서 나름대로 희열을 느끼면서 반쯤 벗겨냈을 때의 일입니다.
이뤈...
이 짧은 손톱이 뒤집어지면서 제 손톱이 벗겨지고 말았어요. 또르륵... 요건 일단 지혈한 상태.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와서 손톱 반이 나간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더라구요. ㅋㅋㅋ
평상시 제 손톱은 이렇게 짧게 유지하는 편입니다. 손톱을 기르면 키보드 치기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손을 아무리 박박 닦는다고 해도 손톱 사이를 제대로 닦을 수 없으니 위생상 별로라고 생각해서 손톱은 늘 짧습니다. 이 덕분에 손톱이 깨지거나 뒤집어질 일은 지금껏 없었는데 너무 이성을 잃고 박박 문질렀나봅니다.
샤워도 해야하고 (가끔) 설거지도 해야하고... 특히 저는 하루에도 20번 이상 손을 닦는 습관이 베어있어서 큰 문제였는데요. 밴드만 붙이기엔 생각보다 상처 위치가 애매하기도 하고 손톱을 다친거라 꽤 오래 신경써줘야 할것 같아서 뭔가 간편한 처치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신랑이 손가락 방수밴드(?)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주방에 흔한 비닐 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잘라서 가장자리만 방수밴드로 감아주면 끝!
장갑 한 쪽에 손가락이 5개니까 5번 잘라 쓸 수 있어서 가성비 최고네요! 따봉!
저는 양손잡이이긴 하지만 왼손으로 하는 일들이 더 많아서 (예를 들자면, 칼질, 칫솔질, 빗자루질, 청소기, 걸레질 등등) 요거 조금 다친 것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새삼 다섯 손가락 하나하나가 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 느껴집니다.
부상으로 인한 청소 중단 사태로 결국 저희집 마당은 반반이 되어버렸어요. ㅋㅋㅋㅋ
블랙 앤 화이트도 아니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도 아니고 이게 뭐람?! 다시 벗겨내려니 다친 순간의 소름돋는(?) 기억이 생각나서 손을 못대겠더라구요. 그래서 아직도 이 상태랍니다.
요즘 집순이가 된 저는 귀국 준비를 위해 집안 살림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장터를 통해 중고 물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주변 분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틈틈이 일도 하고 귀국 후 시작할 일들을 준비하느라 여러가지로 신경이 곤두서 있네요. 이럴 때일수록 감사한 마음이 필요한데 그게 잘 안됩니다. 달달한거라도 먹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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