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앞에서 큰소리 쳤다가 폭망한 부끄러운 일상 공유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무 들풀(?)이나 꺾어다가 플랜테리어를 하면 폭망할 수도 있다" 정도 되겠습니다. ㅋㅋㅋ
먼저 플랜테리어란, Plant + Interior가 합쳐진 합성어로 식물을 이용해서 공간을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저는 거창한 인테리어를 원한 것이 아니고 그저 탁자에 놓을 센터피스 정도를 구상했습니다.
바로 요런 느낌이요! 관엽식물 한 두 줄기를 심플하게 꽂아두고 싶었어요.
마침 저희 동네 초입에 이런 넓은 잎 식물이 있길래 눈여겨 보았다가 신랑에게 오가면서 좀 따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계속 까먹고 빈 손으로 오더라구요.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제가 직접 잘라오기로 했습니다.
짜잔! 제 찜통에 넣어둔 녀석들이 이렇게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푸켓의 건기를 견디느라 요녀석들도 잎이 타들어가네요. 어차피 집 탁자에 올리려면 저렇게 큰 잎사귀까지는 필요가 없습니다. 밑에 싱싱하고 작은 녀석들을 잘라줄거에요.
어차피 잡초 취급 받는 애들이라서 외국인인 제가 잘라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아요. (태국 법에는 외국인은 이런 자연물을 훼손시키는 행위가 불법이거든요. 꽃 나무를 꺾는다든지 바위에 낙서를 하거나 수렵, 채취 모두 금지입니다. 단, 낚시는 허가된 장소에 한해 가능하다고 해요.)
열흘 정도에 한 번씩은 저희 옆집 할아버지께서 몽땅 잘라버리시는데 아무리 잘라도 더 넓게 퍼지기만 합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가위를 들고 마을 초입으로 나왔습니다. 신랑도 달둥이를 안고 구경을 나왔어요. ㅋㅋㅋ
생각보다 잘 잘리는 줄기들. 제가 생각했던 촉감(?)이 아닙니다.
예전에 산에서 비슷한 잎사귀를 뜯었을 때에는 엄청 억세고 자르기 힘들 정도였는데 이 녀석들은 불안하게 너무 연약합니다. 물에 담가두면 괜찮겠지 싶어서 서둘러 집으로 고고!
오는 길에 달둥이에게 꽃 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어하는 신랑과 1도 관심이 없는 달둥이.
달둥아, 너가 고생이 많다.
의지의 신랑. ㅋㅋㅋ 뭔가 짠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달둥이는 요 잎사귀에 관심이 있나봅니다. 포커스는 또 안드로메다에 꽂혔군요.
달둥이에게 왕 잎사귀 양산을 씌워주기 놀이 중.
신랑의 표정이 완전 썩어버려서 모자이크를...지못미... 달둥이가 이제 12.5킬로그램을 넘긴 탓에 너무 힘든가 봅니다. ㅋㅋㅋ
신랑은 달둥이를 안고 서둘러서 집으로 고고씽!
집으로 돌아와 꽃병 쓸만한 것을 찾아보니 냉장고에 화이트 와인 남은게 있네요?
이 참에 한 잔 마시고 ㅋㅋ 나머지는 락앤락 통에 넣어버렸어요. 이 병을 사용하기 위해! 참, 애씁니다.
그리곤 이렇게 꽂아두었어요. 그런데 점점 비실거리고 비 맞은 쌩쥐같은 컨디션이라 탁자에 올려두니 더 우중충해지는 기분이었어요. 탁자에 올리자마자 신랑은 벌써 끝난 것 같다고 ㅋㅋㅋ하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하룻밤도 안되어서 잎이 바삭하게 말라 죽어버렸습니다. 하룻밤 새에 무슨 일이 있어야 장미꽃 말린 것처럼 바삭바삭해지는 걸까요? ㅋㅋㅋ 에효, 뭔가 비실비실한 것이 불안하더라니...
알아보니까 이 잎사귀는 저희가 관상용으로 키우는 알로카시아(Alocasia)종이 아니라 식용으로 쓰는 콜로카시아(Colocasia, 일명 타로)였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줄기에 물을 주면 하루 정도는 쌩쌩할줄 알았더니 빨래 마르듯이 말라버릴 줄이야...
그래도 이 덕분에 비슷하게 생긴 두 식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플랜테리어를 하거나 하다못해 센터피스에 도전하는 것도 기초 지식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네요.
여튼 신랑과 달둥이에게 면이 서지 않는 굴욕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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