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미제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에서
이번에 이용준 형사의 의문사 사건을 파헤쳤습니다.
2010년 7월 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되었던 사건입니다.
당시 "20대 경찰관 물에 빠져 숨진채 발견"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작성된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울 모 경찰서 소속 경찰관 이모 순경이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민모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이 순경은 이날 아침 자신이 일하는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와
"출근이 좀 늦을 것 같다"고 한 뒤 무단 결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 순경이 근무하던 경찰서 관계자의
"이씨는 평소 말수가 적고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요즘 고민이 많아보였다"는 진술에 따라
자살에 무게를 두고 사망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유족들은 그의 사망 원인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혀 자살 전의 징후나 자살할 만한 계기도 없었을 뿐더러
사건 당일 이해할 수 없었던 이용준 형사의 행적, 그리고 사건을 접한 주변인들의 반응들
모두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 이용준 형사.
그는 3년차 경력에 강남 경찰서 강력계로 발령 받은지 얼마되지 않은 신참 형사였다고 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경찰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와 신념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자살을 선택할리 없다는 게 동창들의 주장입니다.
사건 당일 그의 행적은 이렇습니다.
사건 전날 이전 근무지인 역삼 파출소에서 사건 파일을 복사 후
지인인 임모씨와 함께 양주 3병을 마시고 임모씨의 집에서 함께 잠이 들었고,
다음날인 사건 당일 아침, 출근시간이 지난 탓에 강남 경찰서 동료의 전화를 받고 깨어나
또 다른 동료가 부탁한 도난사건 현장의 사진 촬영을 하고,
자신의 자취방에 돌아가 샤워 후, 경찰서가 아닌
부산으로 향합니다.
충북 영동을 지나는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자가 사고를 냅니다.
119에 의해 인근의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던 도중
급하게 병원을 빠져나가고
2일간 행방불명 되었다가 병원과 가까운 저수지에서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여기까지가 사건의 개요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cctv와 내비게이션 등의 증거를 통해 밝혀진 행적 이외의 것들은
대부분 강남 경찰서 동료에 의한 진술에 의거해서 정리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제기된 의문은 이겁니다.
1. 왜 당시 강남 경찰서 동료들은 사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가족에게 부검을 하지 말자고 권했나?
2. 강남 경찰서 동료를 통해 소개받은 지인인 임모씨는 과연 누구이며,
3. 사고 후 혈중 알코올 농도 0.01% 미만의 진단이 나왔는데 강남 경찰서 동료(선배)는 왜 그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나?
4. 또한 전날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임모씨가 말한 내용과 실제 이 순경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시간이 경과했지만 비정상적으로 다르다.
5. 이용준 형사는 연고도 없는 부산에 다급하게 간 것일까?
6. 부검 후 간에서 나온 약물은 자의로 먹은 것인가?
7. 병원을 이탈한 다음 날 해당 병원으로 가족이라며 이탈한 이유를 설명해주려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하지만 가족이 아닌 강남 경찰서 동료였다.
8. 이 형사의 차량 사고는 보통의 졸음운전 차량 사고와 다른 패턴을 보인다.
9. 해당 사고에서 다른 차량이 뒤에서 박은 후 측면을 긁고 가버린 자국이 보인다.
10.사건은 분명 충북 영동경찰서 관할 구역에서 발생했는데 자살이라는 보도자료를 강남 경찰서 관계자 측에서 낸 이유는, 그것도 사인이 밝혀지기 전에?
11. 사건 발생 후 이 순경의 노트북 및 외장 디스크를 수거해간 경찰.
12.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이 형사가 수사하던 사건이 없었다고 말하는 강남 경찰서 동료,
그러나 실제 12건의 사건을 이관 받았다는 사실.
13. 익사라는 사인에 맞지 않는 그의 모습과 저수지의 구조.
14. 사건 직후 사건 현장에서 방황하던 차량 2대.
그 조사 중이던 한 사건이 바로 강남 유흥업소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업주나 업소의 실장의 말에 따르면 강남의 유흥업소와 경찰 간에 유착관계가 공공연히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단속이 오기 전에 어디에선가 미리 정보를 주는 식이라는 거죠.
이 형사가 유흥업소 사건을 파헤칠수록 누군가는 상당히 곤란했을거라 생각됩니다.
드러난 팩트만을 나열했지만
내용만 봐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용준 형사는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
그리고 그가 사라지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죠.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사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누가 봐도 명확한 사건,
왜 진작에 고속도로 사고구간 cctv에 통행했던
전투범퍼 차량의 통행기록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사건 현장을 배회하던 차량의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왜 강남 경찰서 동료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마무리가 이루어졌는지
과연 사건을 조사할 의지가 있긴 한지 궁금합니다.
보통 영화를 보면 경찰의 폐쇄적인 조직 구조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조용히 덮어버리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전개가 많았죠.
답답했지만 이건 영화일 뿐이니까... 라며 넘겨버렸는데
유가족의 재수사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묵인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밀려옵니다.
(자신의 동료가 미스터리하게 죽었는데 그것도 경찰이 자살인 것 같으니 덮자는게
말인지 똥인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네요. 저만 그런가요?)
많은 여론과 대중의 관심이 힘이 되어 재수사가 꼭 이루어졌으면 하며,
이 사건이 한 조직의 기반을 도려내더라도 꼭 이슈화되어
적폐 청산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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