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종영된 <7일의 왕비>.
마지막주라 그런지 많은 눈물을 쏟아냈죠.
드라마 초반 신채경이 아버지 신수근의 말을 어기고 무작정 한양으로 상경하여
말리는 행동들을 겁없이 했던 어린 시절에는 참 답답하기도 했었는데요.
애초 이역과 이융, 두 형제 사이에는
선과 악역이라는 것의 의미가 없는듯 보였습니다.
누군가를 완성시키는 것은 나 자신보다는 환경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
가슴 아픈 드라마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럼 마지막주 스토리를 정리해볼게요.
드디어 형 이융을 몰아내고 왕이 된 이역,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융의 충신이었던 채경의 아버지 신수근을 불필요하게 희생시키게 됩니다.
이는 이역의 지시가 아닌 야욕의 박원종이 독단으로 저지른 일이었는데요.
가족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던 채경은 왕이 된 이역에게 찾아가 칼을 겨누지만
죽이지 못하고 상처만 입히고 맙니다.
채경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자책하는 이역은 채경이 곤란에 빠질까봐 상처를 숨기고
마음이 약해진 채경은 다시 돌아와 이역의 상처를 돌보죠.
이게 바로 병주고 약주고. ㅎㅎㅎ
여튼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 인해 서로의 사랑에 의심을 품지 말자고 약속하면서
다시금 진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곤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채경을 중전으로 책봉하는 교지를 내립니다.
한편, 이역의 반정으로 형 이융은 왕의 자리를 박탈당하고 도성을 떠나 유배를 가게 됩니다.
아버지 선왕의 유언과 주변의 간신들, 그리고 이역의 친모인 자순대비 사이의 오해와 갈등은
이융을 불안한 폭군으로 만들었고 결국 폐주가 되고 말죠.
처음부터 동생인 이역과의 사이가 나빴던 것도
그를 마냥 내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던 이융의 진심은
드라마의 중반까지도 때때로 숨은채 드러나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모든 이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자신은 얼마나 괴로웠을지.
역시나 유배를 가던 길에 이융은 박원종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죽지 않을 만큼만의 부상을 당한채 괴한들의 습격을 피해 도망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채경의 아버지 신수근 생가로 그를 유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생가에 찾아간 신채경은
부상당해 숨어있는 이융과 마주치게 되고 그를 치료해줍니다.
두 사람은 곧 이 상황 모두가 신채경을 폐위시킬 구실을 만들 덫임을 직감하죠.
현장에 관군을 끌고 도착한 박원종.
아주 복병인 인물입니다.
이역의 경고를 무시하고 월권을 행사하여 채경의 부모님을 죽인 장본인이죠.
그런 상황에서 채경이 중전에 책봉되자
훗날 보복이 두려워 어떻게든 그녀를 끌어내리려고 발악을 합니다.
박원종의 의도를 꿰뚫은 이융은 채경을 살리고자
채경을 인질로 잡아 상황을 뒤집으려 하지만
채경 또한 자신이 모든 상황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고
애초 이융과 계획한 일이었다고 조정 대신들 앞에서 거짓자백을 하고 맙니다.
그리곤 도성 밖에서 참형에 처하게 됩니다.
예정보다 일찍 형이 집행된다는 소식을 접한 이역은 허겁지겁 형 집행장으로 달려가 채경을 구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살아있음이 아닐런지요..."
며칠을 앓다가 깨어난 채경은 옷고름을 잘라 이역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사람.
윤명혜.
박원종의 조카이자 이역의 편에 서서 이역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우렁각시단에 소속되어 열일하던 야심녀죠.
한때 이역을 마음에 품었었고, 자신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릇된 일도 서슴치 않던 여자입니다.
하지만 우렁각시단에서 함께 지내던 서노라는 청년을 통해 진심어린 위로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고
서노가 죽고난 이후에야 그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곤 서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서노의 벗인 이역과 채경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큰 결심을 합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박원종을 어찌할 수 없었던 이역은
채경을 향해 또 한 번의 덫을 놓은 박원종의 계략에 거꾸로 덫을 놓아
그를 투옥시키게 되는데 그 결정적인 도움과 증언을 조카인 윤명혜가 하게 됩니다.
마지막회에서 가장 속이 후련했던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이융은 다시 한 번 채경을 위해 도주했다고 의심받던 유배지에 자진해 나타나면서
애초 도주한 적이 없으니 채경이 자길 도운 적도 없었다고 마무리를 합니다.
부상당한 몸으로 유배 생활을 이어가던 이융.
이융이 궁에서 자신의 것은 이것 하나라며 들고 나온 신수근의 서찰을 유배지에서 읽는 씬은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끝까지 아무도 믿지 못했던 못난 왕과 그를 진심으로 섬겼던 신하,
그리고 모든 것이 과거가 된 지금에서야 깨달은 신하의 충심.
이융은 어쩌면 스스로를 믿지 못해 그렇게 불안에 떨었는지도 모릅니다.
"참으로 허망하고 허망하고 허망하구나...
(역아,) 너를 미워했던게 아니었다.
네 눈에 비친 날 미워했던 게지..."
그렇게 이융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한때 왕이었지만
늘 불안했고,
채경을 사랑했지만
놓아주는 사랑을 선택했고,
역이와 어머니를 미워하고 질투했지만
가슴 한 켠으로는 그리워했던
모든 걸 가진 왕 같지만
아무 것도 가진게 없었던
가장 불행하고 외로운 인생을 산 캐릭터라는 생각에
눈물이 또르르...
이융의 사망 소식을 들은 대비 또한 가슴을 쳤습니다.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경계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이었죠.
언젠가 술에 취한 이융이 찾아와
모두 역이에게 양보할테니
채경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만 제게 달라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역이만을 걱정했지만 이융 또한 자식으로 품었던 날들이 있었으니까요.
"주상, 다음 생에엔 꼭 내 딸로 태어나세요. 내 많이 아껴주겠습니다."
저는 또 눈물이 또르르...
서로를 위해 이별을 택한 두 사람.
문 하나를 두고도 행여 잡게될까 마주하지 못합니다.
"이제부터 나의 하루는 너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하루라서
너를 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하기 위해 난 살아내고 또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우리만의 방법을 찾는다."
세월이 흘러 이역이 임종을 앞두고서야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고,
헤어지던 그날 그대로의 마음으로 서로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이역이 아무리 군주의 도리가 있다지만
채경이를 두고 원자까지 낳았다는 내용은 제 맘을 다 아프게 했습니다.
또 눈물 또르르...
지상파에서 7%대의 시청률로 아쉽게 종영되었지만
감정라인을 섬세하게 살린 좋은 드라마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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