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미국의 비영리 미디어 단체인 Orb Media에서는 뉴욕 주립대학과 협력하여 병으로 판매되는 생수 속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11개의 글로벌 브랜드 생수의 미세플라스틱 농도 수치를 발표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는데요. 총 9개국 259병의 생수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테스트를 실시한 생수의 93%에서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틸렌, 나일론, 폴리에틸렌, 프탈레이트 등의 성분인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입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는 평균 100 마이크로미터라고 합니다. mm로 환산하면 0.1mm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보다 큰 입자는 평균 1리터당 10.4개, 그보다 작은 입자는 평균 1리터당 무려 314개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1리터 생수 1병당 평균 325개 정도의 수준입니다. 물론 브랜드나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 평균치이지만 93% 이상의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 눈에 보기 쉽게 일러스트로 만들어봤습니다)
보통 5mm보다 작은 입자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으로 간주합니다. 일반적으로 수돗물 속에도 이 미세플라스틱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화시설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완벽하게 100% 걸러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조차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동안 생수 업체들은 생수가 수돗물보다 건강하다 주장했지만 이 수치는 2017년 기준 5개 대륙의 12개국 이상에서 테스트했던 수돗물 속의 미세플라스틱 농도의 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하니 충격이 큽니다.
해외에 적나라하게 보도된 국가별, 제조사별, 제품별 미세플라스틱 검출 갯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에 이 보도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저희 부부가 자주 번들째 사다놓고 마시는 네슬레 퓨어 라이프 제품이 압도적인 1위로 발표된 점입니다. 이럴수가...
저는 국제적인 기업 제품이라 믿고 마셨는데 신랑은 예전부터 물이 이상하다며 불신하고 있긴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냄비나 커피 포트에 생수를 넣고 끓이면 이상하게도 석회질 물처럼 허연 물 자국이 항상 바닥에 남아있었거든요. 아마도 그게 침전한 플라스틱의 일부인듯 합니다. 가뜩이나 환경호르몬 문제로 민감하던 차에 이런 연구 결과가 보도되면서 집에 있던 해당 제품들을 모두 폐기처분했습니다.(다른 나라의 동일 제품은 모르겠지만 태국에 사시거나 태국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꼭 참고하세요!)
"(업체 왈)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업체측에서는 이 연구의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발표된 수치에 대해 반박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어찌되었든 해당 제품들에서 상당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되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인지, 뚜껑을 따면서 발생되는지 플라스틱 용기 자체에서 발생된 것인지... 아직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컨디션은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상당한 상태라는 것.
"아주 작은 입자는 체외로 배설될 것이니 괜찮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상당히 부족한 편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서야 이런 조사나 연구가 하나씩 이루어지는 시작단계이니까요.
유럽의 식품 안전청 왈,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체내에 들어가도 배설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라는 발표를 했죠.(말이야 방귀야!) 하지만 유엔 식량 농업기구는 일부 입자가 혈류나 장기를 통과할 만큼 미세하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동안의 플라스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어땠나요?
플라스틱 하면 떠오르는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거나 접촉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생활습관을 강조했었죠. 그런데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과 함께 덩어리째 섭취하고 있는데 아주 작은 알갱이이니 안전할 것이다? 미세하다는 것이 안전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발표된 제품만 피하는 것이 최선일까?"
1. 먼저 지하수, 광천수 등등의 생수의 수원지가 오염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미세플라스틱은 토양, 공기, 물 등의 환경에서 오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원인은 사람들의 플라스틱 사용이 환경을 오염시킨 것입니다.
2. 다음으로 플라스틱 용기로 인한 유통, 제조과정에서 그리고 뚜껑을 따는 행위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런 우려와 폐기 후에도 2차 오염의 원인이 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와 사용이 과연 원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지요?
결국 피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사용과 소비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 소비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국가적인 정책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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