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에 포스팅했던 '향기의 위험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가 오늘도 이어집니다.
오늘은 우리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향수 속 5가지 성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2번째의 연재 포스팅인 만큼 서론은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1. BHT (디부틸 하이드록시 톨루엔)
이 성분은 제품의 보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일종의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모든 방부제가 해롭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성분은 인체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BHT 성분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것으로 간주되어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린다고 하는데요. 이는 비단 여성들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입니다.
또한 소량이 함유된 제품이라도 중금속 처럼 체내 축적이 되어 장기적인 사용 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 또 다른 우려는 종종 이 성분이 종양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BHT 성분은 향수 뿐만이 아니라 각종 화장품, 바디케어 용품, 기저귀 크림, 심지어는 음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버터, 소세지, 칩 등의 식품에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2. 옥시벤존 (Oxybenzone)
보통 썬블록이나 자외선 차단제 등을 고를 때 이 성분의 여부를 확인하곤 하지만 몇몇 향수 제품에도 이 옥시벤존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옥시벤존은 흔히 알려진 자외선 차단제 성분으로 UVA와 UVB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성분의 잘 알려진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빛과 반응하여 유해한 화합물이 생성되는 화학반응을 한다는 것인데요. 오늘 다룰 내용은 이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BHT와 마찬가지로 이 성분 또한 체내에서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
2008년 미국의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가 발표한 충격적인 내용에 따르면 자국 여성의 약 95% 이상이 옥시벤존에 노출되어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 비중이 확연히 높다는 것은 아마도 화장품이나 위생용품 등에서 이 성분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일거라 추측됩니다.
3. 프탈레이트(Phthalate)
이 프탈레이트 성분은 향기를 몸에 흡착시켜 보다 오랜 시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성분입니다. 디에틸 프탈레이트(DEP), 디부틸 프탈레이트(DBP), 디에틸헥실 프탈레이트(DEHP) 모두 해당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Maryland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남성에게서 생식 기능의 이상과 호르몬 감소,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이 감소된다는 것이 밝혀졌고, 여성의 조산, 자궁 내막증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CDC)는 2,500명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소변 검사를 한 결과, 성인 여성과 아기들이 성인 남성보다 더 노은 프탈레이트 수치(이렇게 표현해야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 임의로 사용)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베이비 로션과 파우더, 기저귀, 여성의 화장품, 위생용품 등에 더 많이 노출된 영향이라 생각됩니다.
이 프탈레이트 성분은 사실 가소제라는 이름으로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향수나 화장품 뿐만 아니라 비닐, 식품 포장재, 세제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그만큼 일상생활에서의 영향력이 큰 화학물질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하루 비닐봉지가 500,000,000개씩 소비되는 환경호르몬 왕국 태국에서 태국인 지인의 출산 경험을 잠깐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대 중반에 여자아이를 출산했는데 아기는 생식기가 막힌채로 태어났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태국에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에 두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 옥티노세이트(Octinoxate)
이 성분 역시 자외선 차단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꽤나 많은 향수 제품에도 이 성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 옥티노세이트는 모유에서도 발견되는 만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성분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자극을 주게 되며, 한 동물 실험 결과 자궁의 무게가 증가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두 성분이 산호의 백화현상(탈색)을 유발시켜 환경 오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하에 하와이 해변에서 이 두 성분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한다는 뉴스도 보도되었네요.
5. 머스크 케톤(Musk Ketone)
이 성분은 포근한 향이라 잘 알려진 합성 사향입니다. 지금까지도 이 성분은 향수는 물론이고 샴푸, 화장품, 섬유 유연제 등에 널리 사용되는데요. 하지만 International Journal of Hygiene and Environmental Health은 머스크 케톤을 발암물질이라 발표하였고,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실제로 EWG 등급으로 잘 알려진 화장품 성분 사전을 살펴보면 머스크 케톤 성분은 위험도 '4'로 분류되어 있고 암 위험성과 내분비계 교란 위험성, 환경 독성 등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향수를 사용 여부와 관계 없는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한 결과에서 지방 조직과 모유 등에서 이 성분이 정기적으로 노출되고 있음이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 성분이 함유된 생활 용품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위에 언급한 5가지 성분 중에는 2018년부터 우리 정부에서 함유량을 제한하거나 수입을 금지한 것들도 있지만 이는 매우 한정적인 제품군에 한하여 제재한 경우이기 때문에 모든 인공향이 나는 제품은 성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 전 한 방송에서 미국의 팝콘 공장에서 향을 혼합하던 업무를 장기간 담당했던 근로자 한 분이 폐기능을 소실하여 산소통을 달고 생활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나라에서는 무향이 가장 건강한 것임을 강조하고 무향 제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인식이 부족한 듯하여 염려스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인데요. 아토피, 행동발달장애, 난임, 불임 등으로 고통받는 주변분들이 예전에 비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개선해 나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생각이 듭니다.
"No Scents is Good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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