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TV+영화 이야기

트루먼쇼 : 사람들의 이기심에 소름 돋았던 영화

by Anchou 2020. 3. 29.

신랑은 철지난 영화를 몇 번씩 다시 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요즘은 계속 집에만 있는 상황이라 영화를 자주 보고 있는데 오늘의 추천 영화가 바로 '트루먼쇼'였습니다.

"트루먼쇼라는 영화 봤어?"

"아니, 그런데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고는 있어."

"그럼 우리 트루먼쇼 볼까? 정말 재밌어."

그래서 함께 보게된 트루먼쇼.

"굿모닝! 다시 못볼 수 있으니 미리 인사할게요. "굿에프터눈! 굿이브닝! 굿나잇!"

유쾌한 짐캐리의 인사로 시작된 영화. 굵직한 줄거리를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래된 영화이기도 하고 워낙 명작이라 많은 분들이 보셨을거라는 전제 하에 줄거리 요약 들어갑니다.

(혹시라도 아직 못보신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작은 섬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트루먼은 어느날 출근길에 어린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와 마주치게 됩니다. 깜짝 놀란 트루먼은 아버지에게 다가가지만 어디선가에서 나타난 사람들에 의해 아버지가 끌려가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은 트루먼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지만 무조건 부정당하고 맙니다.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지만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자신의 첫사랑이 떠나간 피지라는 곳을 동경하며 현재 살고 있는 섬 마을을 떠나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그를 억지로 제자리에 잡아두곤 했습니다.

대학시절 그가 처음 마음을 주었던 첫사랑 로렌. 그녀와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람에 의해 그녀는 떠나버립니다. 피지로 간다는 말과 함께.

당시 로렌은 참 이상했죠. 그녀는 트루먼이 싫지는 않지만 엮이면 안되는 것처럼 행동했고 트루먼과 첫데이트를 하던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듯 도망다니기 바빴으니까요. 그리고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끌려가면서 자신은 로렌이 아니라 실비아이며 모든 사람이 트루먼 당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트루먼의 마음 한 구석에는 실비아가 있습니다.

실비아가 끌려가던 날 바닷가에 두고갔던 그녀의 스웨터를 간직하고 있는 트루먼. 이 장면 모두 전세계 사람들이 시청 중이라는... 본인만 모르는 끔찍한 현실이란. 너무나 가슴 아팠어요.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오려 붙인 잡지 모델의 눈, 코, 입을 보고 있자니 제작진이 트루먼에게 대체 무슨짓을 하고 있는건지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에게서 사랑도 빼앗고 인생도 빼앗고...

그녀의 스웨터에 꽂혀있던 버튼에는 How's it going to end? 이라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물음같은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

그렇게 모든 것은 트루먼에게 아픈 추억이 되었고 자신의 현실에 익숙해져 살아가던 어느날,

바다에서 죽은줄 알았던 아버지와 마주치게 되고 그 아버지를 끌고가던 사람들... 운전하던 차에서 자신을 감시하며 촬영하는 듯한 라디오 교신음... 그리고 과거에 이상했던 학교 수업내용들 하며 실비아가 했던 말들까지... 돌이켜보니 이상한 점은 일상에서 늘 계속되어 왔습니다. 그는 자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상황들에 의심을 품고 의도적으로 일탈을 시도합니다. 그러자 마치 시나리오에서 어긋난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하죠.

실제로 트루먼은 아주 거대한 스튜디오 안에서 일생을 라이브쇼의 주인공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엄연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어떤 동의도 받지 않은채 태어나서부터 짜여진 가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요?

결국 그는 모든 상황을 눈치채고 섬을 벗어나기 위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배에 오릅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 역시 그를 이 섬이라는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셋업이었습니다. 정말 소름...

주인공이 라이브쇼의 주인공임을 인지한 위기의 상황에서 이 초유의 인생 사기극을 벌인 감독이란 작자는 그를 붙잡아두기 위해 악천후 날씨 프로그램으로 바닷길을 막으려 합니다.

그걸 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정말 소름돋았습니다. 자신들이 저 주인공이라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할지 생각이나 하는 걸까요? 자신에게 닥치치 않은 일이라고 저렇게 '쇼'로 포장해서 드라마 즐기듯이 다 같이 보고만 있는게 제 눈에는 너무나 이기적으로 보였습니다. 트루먼쇼는 트루먼이 태어나서부터 시작된 쇼니까 적어도 30년 이상은 방영을 했을텐데 트루먼 본인이 탈출을 시도하기 전까지 계속 방영이 된걸 보면 그동안 한 사람의 인권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걸텐데...정말 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저게 과연 모든 인간의 본성일까요...

여튼 제작진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트루먼은 스스로의 힘으로 바다의 끝인 세트장 벽면까지 다다릅니다. 자신이 살던 세상 끝이 벽이었다니 얼마나 황당할지, 동시에 불가능할줄 알았던 꿈을 다시 꿀 수 있다는 희망도 발견했을 것 같습니다.

감독의 설득에도 세상의 끝에서 탈출하는 트루먼. 뻔뻔한 감독은 마지막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농락하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착한 트루먼은 첫 장면과 마찬가지로 아침, 점심, 저녁 인사까지 미리 해주고 젠틀하게 떠나가죠.

영화를 마치자마자 저는 흥분해서 신랑에게 만약 저라면 인생 전체에 대한 사기로 고소를 진행할거고 거기에다가 태어나서부터 24시간 내내 출연했던 출연료도 전부 다 받아낼거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만드는 쇼 프로그램에 미쳐서 한 사람의 삶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감독의 욕심도 너무 화가 났고 그 프로그램을 관음증 환자들처럼 즐기고 방관하던 사람들의 이기심과 잔인함에도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와중에 트루먼은 왜 이리 착한거죠? 또르륵... 라이브쇼가 완전히 끝나고 트루먼은 실비아를 만났겠죠? 부디 피지에서 몇 배로 행복하게 살길...

내일은 또 신랑이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총총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