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 영사관 남직원이 ICA 측에 요청을 한 듯합니다.
갑자기 직원이 들어오더니 신랑이 요청한 화장실 행을 경찰(?)의 동행 하에 허락했고
곧 이어 또 다른 직원이 우리를 호명했습니다.
드디어 우리를 풀어주려나 보다!!!
간단하게 카야 토스트라도 사먹어야지!!!
와이파이도 연장해야지!!!
50대로 추정되는 여 직원은 어느 서류 두 장을 들고 우리를 따라오라 합니다.
그런데 압수해간 우리 여권은 들고있지 않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말이 많은 여 직원은
우리에게 이미그래이션 통과 시 몇 개의 지문 검사를 했는지 묻습니다.
우리는 양쪽 엄지만 했다고 대답했고,
그녀는 "음, 그럼 괜찮아. 문제가 많은 사람들은 열손가락 지문 전체 검사를 하거든"이라 답합니다.
아이고, 그런 건 의미 없다... 우리는 이제 싱가포르에 1도 미련이 없거니와
푸켓에 돌아가면 다신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거든.
그녀는 우리를 IP room이라는 곳으로 데려간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음식도 주고, 덮을 것도 주며,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하면서요.
아마도 영사관 측에서 인권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해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보장해주기 위해 조금 더 시설이 나은 곳으로 저희를 옮기는 중인 듯합니다.
헐...
이건 우리가 원하던 자유가 아닙니다.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여권을 빼앗고 계속 가두어 두려나 봅니다.
공항 내에 위치한 IP room이라는 곳에 도착.
이곳 역시 한 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도어락이 설치된 곳입니다.
아까 우리가 있던 곳은 마치 유치장 같았다면
이 곳은 영화에서 많이 보던 외국의(아, 여긴 외국이 맞죠!) 교도소 분위기입니다.
공간을 묘사하자면
1개의 문을 통과 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2개의 보안이 걸린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곤 입구 중간에 경찰서 인포메이션과 비슷한 카운터가 있고,
그 곳에 이민국 직원들을 포함하여 무장을 한 보안 직원들 몇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 카운터를 기준으로 하여
남자와 여자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며,
각 공간에는 남/녀 화장실,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를 연상케하는 침실이 따로 있습니다.
침대는 철제로 이루어진 2층 침대로 층간 높이가 너무 낮아 1층에는 허리를 펴고 앉을 수 없습니다.
그냥 바로 누워야 하는 높이죠. ㅎㅎ
아마도 어린이들은 허리를 제대로 펴고 앉을 수 있을거에요.
그리고 식사를 하거나 티비를 시청할 수 있는 교도소 테이블처럼 생긴 긴 공간이 있습니다.
뜨거운 물과 찬물이 나오는 수돗꼭지도 있고,
화장실에는 샤워부스도 1곳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장기 억류자(?)를 위한 공간인 듯합니다.
IP room에 들어서자마자 핸드폰을 포함한 저희 짐은 모두 압수 당하고
이 곳에서의 규칙을 지키겠다는 서명을 합니다.
그리고 도시락밥을 주네요.
아까 유치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쾌적(?)한 환경이지만
도시락엔 플라스틱 숟가락만 있고, 벽에 시계도 없는 것이
누가봐도 딱 교도소입니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계속 감시합니다.
신랑과 함께 마주보며 도시락을 먹고 있으니
직원이 와서 여자, 남자 따로 먹으라며 저희 부부를 떼어놨습니다.
우리가 함께 밥먹을 자유조차 없는 곳이라니...!
대체 이 곳은 어디란 말인가요?!
그래도 허기부터 채우기로 하고 꾸역꾸역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곤 화장실에 잠깐 갔는데 거기까지 직원이 따라오지 뭡니까.
우리는 참았습니다.
우리가 예약했던 비행기표는 6시 25분 출발.
이 IP room에서 총 2시간만 버티면 되는데
드디어 1시간이 지났으니까요!
그 와중에 우리는 한국인을 만나게 됩니다.
오 마이갓!!!
이곳에 우리 말고도 2명의 한국인 청년이 구금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10살 정도 어려보이는 그 청년들은
배낭여행을 하던 중 싱가포르에 편도 비행기표를 끊고 들어왔다는 이유로 입국 거부를 당했다고 합니다.
배낭 여행자라면 3일 여행이 될 수 있고, 5일 여행이 될 수 있는데
싱가포르는 인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이른 새벽시간부터 이렇게 감금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들은 다음 목적지로 태국이나 필리핀을 갈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직원이 우리를 부릅니다.
우리 비행기 출발 시간이 다가오니 곧 호명하면 보안직원과 함께 비행기 보딩을 하러 가라고 안내해줍니다.
그러면서 서류 한 장을 내밉니다.
1인당 63$를 내야 한다는 내용.
잉? 이건 또 뭔가요?
이 금액은 6시간 동안 공항에 있었던 일종의 체류비용이라고 합니다.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우리가 공항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했다면
조금은 이해가 가지만
와이파이 3시간 사용하고 화장실 2번 이용, 그리고 거지같은 도시락 2개 먹은 것이 전부인데
1인당 5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라니!
그것도 원하지 않는 곳에 줄창 갇혀 있으면서
모든 직원들에게 죄인취급을 받았는데
돈까지 내라는 게 말이 되는지 황당 그 자체입니다.
한편 우리가 어처구니 없어 하던 그 때,
함께 억류되어 있던 한국인 청년들은 직원으로 부터 한국행 비행기표를 당장 구입할 것을 강요당합니다.
당일 비행기표이니 얼마나 비싸겠어요...
거기에 그 청년들은 저희보다 오랜시간 공항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예상컨데 저희 약 3배의 공항이용료를 내야했을 겁니다.
미안하지만 그 청년들보단 상황이 낫구나...스스로 위로하며 또 받아들입니다.
30~40여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직원의 호명으로 우리는 드디어 비행기 보딩을 하러 보안 직원, 그리고 항공사 직원과 함께
해당 게이트로 출발했습니다.
IP room의 보안 출입문을 연속으로 통과하며
공항을 활보하는 다른 여행객들과의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나의 자리가 여러 상황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게이트로 향합니다.
쌀쌀한 분위기의 무장 직원을 대동한 채
그 뒤를 좇는 우리는 "그냥 에스코트 해준다고 생각하자"라며 다시 한 번 서로를 위로합니다.
보딩티켓을 확인하는 항공사 직원 또한 우리를 보고 서로 쑥덕거리며
마치 범죄자를 다루듯 불친절합니다.
우리는 게이트를 제일 먼저 통과했지만
비행기 탑승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해서도 여권은 받을 수 없었고,
그나마 상냥했던 승무원은
"여권은 푸켓에 도착하면 드려야 할 것 같은데 가장 늦게 내려줄 수 있을까요?"라며
우리에게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 "응. 괜찮지 뭐. 그쯤이야!"
비행기는 그렇게 흔들거리며 이륙했고,
창 밖은 우리 기분을 보여주듯 주륵주륵 비가 내렸습니다.
6시간 정도의 악몽은 꽤 힘든 경험이었나 봅니다.
이륙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비행기가 싱가포르에서 멀어질수록 이 악몽과는 멀어지는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그게 시작이었을 줄이야!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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