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론 비치(Karon beach)에 위치한 센타라 그랜드 비치 리조트 푸켓.
빠통에서 까론 지역으로 넘어오는 마지막 언덕에 위치한 까론의 첫번째 리조트. 오늘 이 리조트를 포스팅해두는 것은 아주아주 사적인 이유 때문인데요.
3년 5개월 전 바로 이곳에서 신랑과 제가 결혼을 했답니다.
5월 말경에 결혼을 했는데 딱 그날부터 우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비치 웨딩의 계획이 비바람과 함께 날아갔지요. 아직도 그날의 모든 일이 생생합니다. ㅎ
오후 5시경 웨딩이 시작되는데 오후 2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그치겠지 그치겠지 하며 일정대로 야외에 웨딩 준비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기에도 워낙 기습성 호우가 쏟아지기 때문에 1~2시간 후면 그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4시경부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돌풍까지 불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웨딩을 예정했던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웨딩 담당 플래너로부터 야외에 설치한 꽃장식이 날아가 망가졌다는 비보를 전해듣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우리는 결국 급한대로 컨퍼런스 룸으로 장소를 변경하기로 하고 허겁지겁 그곳에 세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캄캄한 7시 30분이 훌쩍 넘어서야 급한대로 테이블과 의자만 세팅한채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죠. 덕분에 저 멀리 한국과 일본에서 웨딩을 위해 오신 가족, 지인 분들도 3시간 가량을 기다려주시면서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다니셔야 했습니다. 물론 푸켓의 지인분들과 태국인 친구들도 모두 말이죠.
저희야 룸에 머물다가 나가서 밖의 사정은 전해 듣기만 했다가 세미나실(?)로 들어서는데 다들 얼굴이 퀭하시더라구요.
입장하면서도 어찌나 미안하던지. ㅋㅋㅋㅋ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답니다.
리셉션에 사용될 음악도 다 준비해놨는데 급하게 장소를 옮기느라 음향시설도 답례품 테이블도, 샴페인도 모두 준비가 덜 되어서 웨딩식만 끝내고 저희가 다시 꾸미고 찾으러 다니고 드레스 입고 열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
바로 전면에 도이는 분홍 건물에서 웨딩을 했지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뭐... 당시에도 딱히 화가 나거나 초조하진 않았었는데요.
다만 함께 일하는 호주인 친구가 주례를 서는 바람에 신랑의 친구가 옆에 서서 통역을 해줬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분 눈물샘이 폭발하는 바람에 그걸 본 저희 신랑이 울고, 또 그걸 본 저도 울고, 뒤에 하객 분들도 다 우시고... ㅋㅋㅋ 밖에는 비가 오고 안에서는 눈물로 아주 바다로 떠내려가는 줄 알았답니다.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웨딩을 또 언제 해볼까 싶습니다. 결혼기념일엔 이 곳 cove restaurant에서 그날 일을 추억하며 식사도 했었어요.
이 사진의 스팟이 웨딩을 위해 꾸며졌던 곳이고 바로 옆 Barefoot bar에서 리셉션을 하기로 했었지요...
촬영 때문에 꽤나 자주 오는 스팟인데 항상 이 리조트만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늘도 촬영 때문에 들렀다가 예전 추억이 떠오르더라구요.
10월 중순이면 우기에서 건기로 다 넘어간 시점인데 이상하게 비가 내려서 그런가 봅니다.
비내리는 까론 비치. 꾸물꾸물한 날씨긴 하지만 그날과 비슷한 날씨에 추억의 장소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나저나 까론 비치는 파도가 꽤나 센 비치 중 하나라서 까론과 까타 비치에서는 써핑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상황이 된다면 신랑과 함께 센타라 그랜드에서 다시 모히또라도 한 잔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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