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 이후, 가장 인상에 남는 드라마를 찾았습니다.
솔직히 기대는 없었어요.
장나라, 손호준의 조합도 너무 무리수 아닌가 싶었고, 제목도 요즘 트랜드와는 동떨어진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인데요.
동시간대에 드라마 몇 개를 재면서 보다가 '어라?!" 했던 드라마가 바로 고백부부입니다.
제 인생 드라마로 꼭 포스팅해놔야지 결심!
처음엔 그랬습니다.
"아, 뭐야, 너무 유치한 소재!!! 보나마나 가벼운 스토리겠지."
1회, 2회...를 지나면서 어, 스토리를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제 섣부른 판단이 아주 큰 오해를 했구나!
스토리는 탄탄했고,
손호준과 장나라는 물론 많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나 훌륭했으며,
그야말로 재미와 추억과 감동과 아련함과 가슴 따뜻함을 모두 가진 드라마였습니다.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서로가 그저 그런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18년차 부부가 있습니다.
각자의 생활에 지쳐 오해가 생겨도 풀 기력조차 사라진 동갑내기 부부.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결심하고, 가정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옵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18년 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인생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꿈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시절 CC였던 두 사람이 다시 엮이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합니다.
토목과 3인방과 사학과 3총사, 이들의 꿀캐미와 90년대말의 추억도 소소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이 6명 모두 어찌나 연기를 찰지게 하던지. ㅎㅎ
특히, 마녀보감에 나왔던 배우 이이경(고독재)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손호준(최반도)는 대학시절 첫사랑이었던 고보결(민서영)과 풋풋한 만남을 이어가고,
장나라(마진주) 역시 사학과 선배인 장기용(정남길 선배)의 첫사랑이 되어 썸을 타게 되죠.
어후, 첫사랑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캐스팅이었어요. 고보결.
어찌나 여리여리하고 예쁜지 눈만 계속 보다가 화면이 휙휙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장기용, 이 분 또한 재단 이사장 아들인 한국대학교 킹카다운 깔끔한 이미지에 비율이 어찌나 좋던지 풀샷이 나올 때면 이게 실화인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또 화면이 휙휙~
18년 후 현실에서 마진주의 친정 엄마(김미경)는 마진주가 아들 서진이를 낳기 전에 돌아가십니다.
그 애틋함이 있기에 과거로 돌아가서는 전혀 다른 딸로 변하게 되죠. 엄마는 갑자기 변한 딸의 행동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론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게 됩니다.
너무나 보고싶었던 엄마,
마진주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합니다.
매 순간 엄마가 살아서 내 옆에 있음을 감동하고, 감사하며, 애틋해하는 진주.
진주가 눈물을 흘릴 때마다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아마도 매회마다 운 것 같아요.
진주가 아들을 낳고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친정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남몰래 삭히던 장면,
반도가 중학생들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지키지 못했던 친정 엄마의 임종,
진주에겐 전부인 아들 서진이,
늘 가족에게 희생했던 엄마,
처음엔 특별하게 느껴졌던 배려가 일상이 되어 맘에 없는 말들로 상처를 주던 부부의 모습.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더 없이 소중한 것들이었음을
모든 것들을 겪은 후 다시 과거로 온 그들의 눈에 이제서야 보이는 것들.
흑흑.
진주의 방을 청소하던 엄마가 우연히 진주의 일기와 엄마에게 남긴 편지를 읽게 되고,
나의 딸이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아마도 엄마였기 때문에 믿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는 그동안 진주의 이상했던 행동들과 주변에 일어났던 일들이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날 밤, 엄마는 진주를 안아주며 진주의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곤 만약 자신이 그 세상에 없다면 아버지를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죠. 훌쩍...
초반엔 진주가 잘생기고 돈 많은 남길 선배와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철이 덜 들었었나 봅니다. 헤헷.
그 누구보다도 진주를 아끼고 생각하는 건 바로 최반도였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진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었고, 진주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지만 서로 어긋나고 익숙해져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어버린겁니다.
결국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한 두 사람은 반지를 다시 나눠끼고, 18년 후인 현재의 삶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 이게 정답인 거였네요.
서로에 대한 감사와 배려가 가족간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살면서 당연함을 낯설게 느끼려는 연습이 가장 어렵다구요.
오늘의 아침에 감사하고, 뜨는 별과 달에 감사하고, 내 옆에서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에게도 감사하고...
이 감사함을 표현하면 인생의 그림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고, 배울 점도 많이 남는 훈훈한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진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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