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의 대표 사원이라 잘 알려진 왓찰롱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겼었지 뭐에요. 지난번 친구가 푸켓에 절 보러 놀러왔길래 구경도 시켜줄겸 왓찰롱에 다녀왔어요. '왓(Wat)'은 사원을 뜻하는 단어로 왓찰롱은 '찰롱 (지역에 위치한) 사원' 정도 되겠습니다. 규모가 꽤나 커서 푸켓에 온 여행객들로 늘 북적거리는 곳이기도 하죠.
그래도 태국에 왔는데 사원은 한번 봐줘야지 하면서 데려온 왓찰롱. 관광지처럼 되어버린 사원이지만 입장료 같은 건 없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맘으로 구경을 갔지요.
사원 내에는 위의 본당을 비롯해서 별채같은 서브 건물이 여러채 들어서 있고 주변에는 초록초록한 정원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태국 사람들은 이곳에서 프리 웨딩촬영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 동자승들이 나오고 있는 오른쪽 건물이 바로 본당 건물이죠. 본당의 내부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본당 내부로 들어가면 꼭대기층까지 올라가볼 수 있거든요.
문제는 바로 이 의상에 있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I love Phuket 민소매티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ㅋㅋㅋ 본당에는 민소매티나 반바지 입은 관광객들을 위해 입구에서 직원이 바틱이라는 것을 나눠줍니다. 큰 천을 몸에 둘러서 망또나 치마를 만들 수 있는, 그러니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보자기 정도 되겠습니다. 바틱은 태국이나 동남아의 전통 일상복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현지 시골 동네에 가야 볼 수 있는 복장 형태이지요. 여튼 가려야 할 복장의 여자들에게 그 보자기를 입구에서 나눠주고 본당을 빠져나올 때 다시 직원에게 반납하면 됩니다.
여기가 입구에요. 동자승들이 나오고 있네요. 태국의 불교는 우리나라와 달리 소승불교가 주류입니다. 대승불교가 중생의 구제에 중점을 둔다면 소승불교는 각 개인의 해탈, 깨우침을 중요시합니다. 태국 왕실에서 국가의 근간으로 불교를 장려했습니다. 아마도 종교를 기반으로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종교를 적치적으로 활용한 것 같습니다. 꽤나 성공적으로 태국은 통계상 90% 이상의 국민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남자의 경우 성인이 되기 전 사원에서 수도 생활을 하는 것을 전통으로 여깁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단기 승려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복이 된다고 생각한다네요. 실제로 주변에서 불교식 장례를 치르면서 머리와 눈썹을 깎고 승적에 오르는 사람들을 종종 보기도 했습니다.
근데...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ㅋㅋ
친구와 제가 들어가기 전 백인 여자 몇명이 저희와 같은 옷차림으로 들어가더라구요. 물론 직원이 입구에서 바틱을 둘러야한다며 입는 법까지 친절히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곤 바로 저희 차례가 왔는데 직원 왈, 옷차림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앞에 여자들도 우리와 같은 옷차림인데 바틱을 주었잖아. 우리도 바틱 두르고 들어가게 해줘"
하지만 그 여직원은 가타부타 설명없이 "No".
이유를 알려달라 했지만 옷차림 때문에 안된다는 말만 되돌이표. 아우...!
실랑이를 하다가 도통 말이 통하지 않아서 일단 다시 나왔습니다.
동자승들 지나가는 것만 구경하고 있는데 입구에 또 반바지에 민소매 서양 아줌마가 들어가는 겁니다. 그 직원은 또 다시 친절하게 바틱을 둘러주고 말이죠. 어이가 없기도 하고 친구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여기가 메인인데... 친구가 괜찮다고 다른 곳도 구경하고 공기도 좋다고 해줘서 어찌나 고맙던지요. ㅋㅋ
이날 저희가 본건 그나마 동자승들 지나간거랑 향 피우고 기도하는 작은 사원 뿐이었어요. 또르륵...
그리고 의자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있는 요 개도 봤네요.
태국 여자 직원들 중 간혹 이런 경우가 있더라구요. 동양 여자들한테 유난히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어요. 대놓고 혀를 차거나 면전에서 인상을 확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건 몇 년을 겪어도 적응이 안되네요. 크게 피해를 끼치거나 기분 나쁘게 한 일도 없는데 이유없는 불친절에 빈정이 상해버렸습니다. 시간이 꽤나 지난 일인데도 다시 포스팅하면서 그때의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워워...
이 일을 겪은 후 다시는 왓찰롱에 가지 않고 있어요. ㅎㅎㅎ 뭐 딱히 볼 것도 없구요. 그래도 동자승들은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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